검찰 경찰이 대통령실 문부수고 들어가 롤렉스 스켄들 비리 혐의 페루 대통령실 압수 수색 초유의 사태
남미 페루에서 비리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을 검찰과 경찰이 압수 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디나 볼루아르테(62 사진) 페루 대통령의 불법 자산 증식 등 의혹을 조사해온 현지 검경은 전날부터 수도 리마에 있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대통령궁을 차례로 압수 수색했다고 30일 미국 CNN이 보도했다 .
압수 수색대원 40명 대통령 관저 직원들이 문을 열지 않자 강제로 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검경은 볼루아르테의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을 검증하기 위해 이번 압수 수색에 나섰다. 현지 인터넷 매체 라엔세로나는 볼루아르테가 부통령 시절이던 2021년 7월부터 공식 석상에서 찍힌 그의 사진 1만여 장을 분석한 결과 그가 최소 14점의 고가 시계를 착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다이아몬드가 박힌 로즈골드 메탈 시계 등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제품이 3점 포함됐다. 일부 제품 가격은 1만90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공직자 연봉으로 이렇게 비싼 시계를 다수 구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비리가 의심될 뿐 아니라 시계 중 상당수가 공직자 재산 신고에 누락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볼루아르테는 “어릴 때부터 번 돈으로 시계를 샀다”며 압수 수색에 대해서는 “모욕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페루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반역·선거 범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갖는다. 다만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범죄 면책특권을 박탈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파트리시아 베나비데스 전 페루 검찰총장은 볼루아르테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당시 베나비데스는 지난해 1월 반정부 시위에서 4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공권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볼루아르테에게 1급 살인 혐의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의회에서는 볼루아르테의 탄핵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볼루아르테는 2022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임기는 카스티요의 기존 임기인 2026년 7월까지다. 볼루아르테는 “나는 깨끗하게 대통령궁에 들어왔고, 나갈 때도 같은 방식으로 나가겠다”며 임기를 마치겠다고 했다. 페루에선 2016년 이후 취임한 대통령 다섯 명 가운데 5년 임기를 채운 대통령이 없다. 모두 부패 의혹이나 불법 혐의로 사임하거나 탄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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