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2만㎢) 9배가량 면적(197만㎢)에 1억 3천만명이 살고 있는 멕시코에서 최고권력의 '유리천장'이 처음으로 깨지면서 서방 언론들은 "이정표적 선거"라고 평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2일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속 표본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오차범위는 ±1.5%다.
마리오 델가도 모레나 당 대표는 일찌감치 "셰인바움 후보가 승리했다"고 선언했고, 밀레니오TV와 에네마스(N+) 등 멕시코 주요 언론도 개표 초반부터 셰인바움을 '당선인'으로 표기했다. 상원 의원 128명과 하원 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에서도 여당 연합(모레나·녹색당·노동당)이 압도적 승리를 기록했다.
여당 연합은 하원 500석 중 346∼380석을, 하원 120석 중에는 76∼88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가부장적 '마초 문화권'이라는 평가받는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엘우니베르살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미국보다 멕시코가 더 빨리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이번 대선이 역사적인 선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레임덕 없이 임기 말까지 60%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70)의 후광 영향이 크다고 일간 레포르마는 전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관위의 발표가 나온 직후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셰인바움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출마 전까지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엘리트 정치인이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인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1995년 우남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기도 하다.
에너지 산업 및 기후 분야 전공인 당선인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2006년까지 시 장관을 지내며 이름을 알린 데 이어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모레나를 창당할 때도 함께했다. 이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에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국정 수행 과정에서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오는 10월 1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임기는 2030년까지 6년이다.
이번 멕시코 대선 결과로 인해 중남미 온건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이 다시 탄력을 붙으며 중남미 정치외교 지형이 영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최근의 '중남미 좌향좌'에 동력을 불어넣은 국가다.
대선, 총선과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관심을 끈 멕시코시티 시장 선거에서도 여성인 여당 클라라 브루가다(60) 당선인이 야당 연합 산티아고 타보아다(38) 후보의 추격을 뿌리치고 당선증을 거머쥘 것으로 확실시된다. 멕시코시티 선관위는 신속 표본 집계 개표 결과 브루가다 49.0∼52.8%, 타보아다 37.2∼40.5%의 득표울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선거에서 여성으론 처음으로 멕시코 주지사에 오른 여당 델피나 고메스(61)와 나란히 '수도권 여성 시장·주지사'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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