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대선 후보 지지 않은 배경은 언론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 심어줘""신뢰받는 언론 중요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8일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 만에 대선 후보 지지 공개 표명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며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WP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사설 초안(草案)이 작성됐지만, 베이조스가 게재를 거부하며 ‘킬(kill·삭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한 것으로 알려져 내홍이 일고 있다. 총괄 편집인이 사표를 제출했고, 전체 구독자 250만명의 약 8%인 민주당 지지 독자 20만명이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베이조스는 이날 ‘불편한 진실: 미국인들은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WP가 특정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해 온 전통을 깬 배경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면 역대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줄곧 지지했다. 베이조스는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이 편향되어 있다고 믿는다”며 “대선 후보 지지는 선거 판세를 뒤바꾸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언론사가 독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이를 중단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며 “대선 후보 지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조치”라고 자평했다.워싱턴포스트의 해리스 지지 선언이 무마되자 전·현직 기자들 사이에선 전자 상거래부터 클라우드, 우주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베이조스가 당선이 유력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기자 3명이 논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비양심적인 일”이란 조직 내부 반발도 적지 않았다. 베이조스는 이에 대해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어느 후보와도 협의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라고 했다.
베이조스는 “제가 제시하는 견해는 오로지 사실과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2013년부터 WP 소유주로서 쌓아온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익을 앞세워 WP의 무언가를 희생했던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많은 상을 받지만 점점 더 특정 엘리트들과만 이야기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즉흥적인 팟캐스트와 부정확한 소셜미디어 등 확인되지 않은 페이크 뉴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분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조스는 “지금 전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독립적인 목소리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어느 것도 쉽지 않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고, 이 노력에 동참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