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9일 한때 160엔을 돌파하며 34년 만에 최고점을 찍으며 엔화 약세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나홀로 지속되는 달러화 강세가 세계경제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방해하는 등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60엔을 찍은 뒤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1990년 4월 160엔으로 오른 뒤 처음 보인 수치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오후 들어 급락하며 150엔 중반대에서 거래됐는데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재무당국은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올해 1월 초까지만 해도 140엔대 수준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급격히 상승 중이다. 엔화 가치 급락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달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엔화 가치 하락에도 더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자 하락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유로화 대비 엔화 역시 이날 한때 171엔대까지 오르며 1999년 유로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는 한 엔화 추가 하락세를 막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공휴일로 거래량이 적음에도 엔화 가치가 급격히 변동한 것을 보면 시장이 흔들리기 쉬운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으론 달러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세계경제 위험을 초래하고 디스인플레이션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강달러의 위험’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하며, 강달러의 배경으로 미국 증시 호황,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시장이 계속 달러화 투자에 나서면서 달러 가치에 대한 상승 압력은 높아지는 반면 일본 엔화, 한국 원화 가치는 기록적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로화,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도 약세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높아진 구매력이 물가 억제에 성공하기 시작한 나라들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지적처럼 미 고금리, 강달러가 신흥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선 수입이 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며 제조업 부양책, 중국 기반 공급망에 대한 디리스크(탈위험) 정책도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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