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담당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Sue Mi Terry·45)가 “북한의 김정은은 결국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 개발 완료를 표명하게 될 것이고 그 시기가 되면 한국도 핵을 보유할지에 관한 논의를 정부 차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는 지난 14~15일 글로벌피스재단(GPF)과 동서연구소 주최로 미국 워싱턴의 더크슨빌딩에서 열린 ‘원코리아(One Korea) 국제포럼’에 발제자로 참가했다. 14일 상원의원 전용 더크슨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북한이 핵 개발을 완성하면 미국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못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그럴 경우 한국은 방어 차원에서 핵 보유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미 테리는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미동맹에 불안함이 생길 경우 한국에서 핵 보유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또 “미국이 만약 한국의 핵 보유를 반대하려면 한·미동맹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한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더라도 미국이 선제 타격을 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선택한 것일 뿐”이라며 “아무도 재앙을 원하지 않고, 미 고위층도 계속 압박을 주면서도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에 ‘살려면 핵을 포기하라’고 하고, 북한은 ‘끝까지 할 것이고 우리를 막으려면 공격하라’며 서로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어요. 양쪽 모두 극단적 선택지만 주는 셈이죠. 하지만 트럼프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 블러핑(허풍)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케미스트리가 떨어지는 것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철학이 다른 데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는 반면 트럼프는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죠. 여기에 한·미·일의 견고한 동맹을 만들고 싶어 하는 미국 입장에선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될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미 테리는 한국 내 반미 움직임이 트럼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는 욱하는 성격인 데다 TV를 통해 정보를 얻고 결정도 하는 사람”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걸려 있고 북핵 문제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는 미국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만이라도 한국민들이 (반미감정 표현을) 자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김일성, 김정일 시기보다 김정은 집권기에 엘리트들의 충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일만 해도 20년간 지도자 훈련을 받은 데 반해 김정은은 그런 과정이 없었던 데다 너무 젊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이 경제나 핵이슈로 인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북한 내에서 그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미 테리는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뉴욕대를 졸업하고 터프츠대학 플래처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1년부터 8년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분석관으로 일했으며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일·오세아니아 담당 보좌관(국장)과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관을 지냈다.
수미 테리는 자신이 북한 전문가로 성장한 데는 조부모의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부모는 한국전쟁 발발 전 아버지와 고모를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와 정착하셨고 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후 조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그분들로부터 늘 북한 이야기와 통일 염원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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