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60여 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철폐하면서 한국 방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초 과학과 첨단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권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이 글로벌 무기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K-방산과의 정면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국 방산업계가 일본과의 경쟁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분야는 함정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모함을 독자 건조할 정도였고, 현재도 잠수함과 수상함 건조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동남아·호주·뉴질랜드 등에서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 방산 업체들은 군함 수주전에서 일본에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호주 정부는 지난 18일 70억달러(약 10조3380억원) 규모 차세대 호위함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물량은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 총 11척으로, 초기 3척은 일본에서 건조하고 나머지는 호주에서 제작된다. 일본은 ‘기술제휴’라는 형태로 이를 우회했다. 2024년 실시된 입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참여했으나,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시 미쓰비시중공업은 독일 티센크루프와의 최종 경쟁에서 스텔스 성능과 인력 절감, 건조 속도를 내세워 낙찰을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함정 12척을 수주했고,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이 일본 호위함 도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손잡고 2035년 배치를 목표로 6세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 체계에선 미국과 기술 협력을 통해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면허 생산 중이다. 2029년 전력화를 목표로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용 활공 단계 요격 유도탄(GPI)도 미국과 공동 개발 중이다. 당장은 한국의 KF-21이나 천궁-II와 경쟁할 전력은 아니지만, 일본이 서방 무기 공급망을 깊숙이 파고드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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