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선거 개입을 10년 가까이 경고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5주 남짓 앞두고 사이버 부대와 정보기관을 총동원하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안보국(NSA) 등 군(軍) 정보조직 네 곳은 오는 11월 3일 투표일까지 36일 동안 외국 해킹과 여론 공작 차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30일 주요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28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외국 위협에서 2026년 선거를 최우선적으로 지키라는 지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공지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미국 투표 시스템을 보호하고, 선거 인프라 전반을 지키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역량과 대내외 파트너십을 즉각 가동하라고 명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 적대국 주도 해킹 공작에 대비해 전 부처 차원 대응을 주문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100석 가운데 35석, 주지사 36명을 한꺼번에 뽑는다. 국내 선거에 빗대면 총선과 광역단체장 선거를 같은 날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메모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역량을 지키는 일은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임무(no-fail mission)”라고 했다. 국방부는 장관 뜻에 따라 첨단 정보·사이버 역량을 기반으로 “외국 개입을 찾아내고, 교란하고, 무력화하겠다”고 나섰다. 숀 파넬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연방·주·지방 정부와 보조를 맞춰 미국 투표 시스템을 지키고, 외국이 미치는 악한 영향력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특별 지시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3월 서명한 ‘미국 선거 무결성 보존·보호’ 행정 명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사령부와 NSA는 국토안보부와 합동 작전을 벌여 외국 해커 공격에 맞선다. 사이버사령부와 NSA는 조슈아 러드 대장 한 사람이 사령관과 국장을 함께 맡는다. 한국으로 치면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와 군 신호정보 부대를 한 지휘관이 이끄는 체제에 가깝다. 국방정보국(DIA), 국가지리정보국(NGA) 같은 다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들도 앞으로 선거를 마칠 때까지 법 테두리 안에서 선거를 노리는 외국 위협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수집한다.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도 선거 인프라 보안 계획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는 트럼프 첫 임기였던 2018년 중간선거 당일 러시아 댓글 공작 조직 인터넷연구소(IRA)가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연결망을 끊은 전례가 있다. 이 조직은 러시아 정부 자금 지원을 받아 여론을 조작하는 대표적인 공장형 댓글 부대 조직으로 추정된다. 당시 NSA·사이버사령부 합동 조직이었던 선거보안그룹(ESG)은 2020년 대선부터 2024년 대선까지 러시아·이란 여론 공작 세력 정보를 공유하고, 반격을 지휘했다.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이버사령부와 NSA에 유사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이번에는 역대 가장 앞선 인공지능(AI)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첫 임기 첫해부터 외국 세력이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그는 2017년 4월 AP 인터뷰와 2019년 4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16년 대선 당시 우크라이나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에 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8년 9월 26일 직접 주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중국이 2018년 미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선거에 개입한 외국 개인·단체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기 행정부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7월 16일에는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 나서 “중국이 2020년 대선 국면부터 미국 유권자 파일 2억2000만 건을 확보했다”며 “역사상 최대 규모 선거 데이터 침해(largest compromise of election data in history)”라고 불렀다. 중국 정부는 이 주장을 부인했다. 백악관은 이날 연설 직후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이 2020년 대선 인프라를 침해할 능력을 갖췄다’고 본 국가정보위원회(NIC) 2020년 1월 메모 등 기밀 기한이 해제된 선거 개입 관련 문서들을 공개했다. 다만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 보안 실무 작업 특수성을 거론하면서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AP는 헤그세스 장관 발표가 일부 주에서 조기 투표가 이미 시작된 뒤에 나왔다고 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에서 일한 앤드루 쇼카는 28일 CNN에 “선거 보안 그룹 작업은 수개월 간 치밀한 계획과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며, 영향력 상당 부분은 선거일 훨씬 전에 선제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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