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한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도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수미 테리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기로 했다. 테리는 국가정보원(NIS) 요원에게 회의 메모, 기고문 초안을 전달하고 고가(高價)의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1년간 한국 정보 당국자를 접촉하지 않는 합의 조건을 준수하면 형사재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CIA 분석관 출신인 테리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미국외교협회(CFR)에서 활동하며 미 조야(朝野)를 대표해 온 한반도 전문가였다. 윌슨센터에선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후원하는 한국학 프로그램 디렉터도 지낸 인물이다. 2024년 검찰이 그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으로 기소하고,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통해 국정원 요원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적지 않았다. 테리의 변호인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수년 동안 조국에 충실히 봉사한 테리 박사는 이번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녀가 한국 당국자들과 교류한 것이 미 국익을 증진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북한·동아시아 전문가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뉴욕연방지검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기소 유예 합의가 미국과 테리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했다. 기소유예약정(DPA)은 피의자가 합의상 의무 사항을 모두 이행하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찰이 공소 제기를 취소하는 제도다.
합의 조건으로 테리는 미 국무장관과의 회의 내용을 한국 정보 요원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호화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앞으로 1년 동안 한국 정보 당국자와 얘기를 나누지 않기로 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3만7000달러를 지급한 점도 명시됐다. 2024년 기소 당시 미 검찰은 테리가 10여 년에 걸쳐 국정원 등으로부터 고급 식사와 고가의 의류, 핸드백, 고액의 연구비 등을 받은 혐의를 설명하며 공소장에 요원 모습이 찍힌 사진까지 공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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