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反中) 언론인 지미 라이(78 사진)가 국가보안법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종신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15일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홍콩고등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홍콩 ‘빈과일보’(애플데일리) 창업자 지미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중국 공산당 몰락을 목표로 외국 세력과 공모했으며, 선동적 자료를 출판했다’는 혐의 등에 모두 유죄 판단을 내렸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뒤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 빈과일보 사주였다. 그는 국가보안법 시행 직후인 2020년 8월 체포됐고, 그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미 라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외에도 2019년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2021년에 징역 20개월, 빈과일보 사무실을 허가 용도 외 사용한 혐의로 2022년 징역 69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상태다. 1981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해 성공했던 지미 라이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언론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미 라이가 홍콩 반환 전인 1995년 6월 창간한 빈과일보는 2003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하며 반중 매체로 자리 잡았다. 빈과일보는 중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지난 2021년 6월 24일 자진 폐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양국 관계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 등을 언급하며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영국 국적인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는 등 그의 체포와 재판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AP통신은 “배심원 없이 진행된 지미 라이의 재판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과거 영국 식민지의 언론 자유와 사법 독립의 바로미터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정치 관찰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면서 “중국의 외교 관계 시험대이기도 하다”고 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이번 판결은 홍콩 법원이 어떻게 독립적인 언론과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무기로 악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는 홍콩 언론 자유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고 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지미 라이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은 공산당을 감히 비판하는 모든 사람을 침묵시키려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