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 연합작전의 취약점으로 양국 군 사이의 '데이터 장벽'을 언급하며 통합운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초 단위로 대응하려면 한미 군사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국방전자통신협회(AFCEA) '테크넷 인도·태평양' 기조연설에서 "한미가 똑같은 연합작전센터에서 앉아 서로 다른 두 모니터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작전상황도를 보면서 적을 물리치기 위한 같은 해법에 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운용자가 의자를 돌리고, 좌표를 옮겨 적고, 정보 보고서를 번역하고, 사람의 승인을 기다리도록 만들 때마다 우리는 결코 되살릴 수 없는 자원인 시간을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이 자리 잡은 한반도에서는 "10분의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무기가 발사되거나 무인기(드론)가 군사분계선(MDL)을 저공으로 넘어올 때 "우리 생존은 초 단위로 측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연합체계에 마찰이 생기는 원인으로 언어 장벽, 낡은 비밀 분류 규정, 양국이 각자 구축한 사람이 손으로 옮겨야 서로 연결되는 구형 시스템 등을 꼽았다. 그는 "참모 장교가 레이더 추적 정보를 미국 측 채팅창에 붙여 넣는 동안 발생하는 것과 같은 어떤 지연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를 비롯한 동맹의 센서·지휘통제체계·타격수단을 그물처럼 엮는 '킬웹(Kill Web)'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존 '킬체인(Kill Chain)'이 미사일을 탐지한 레이더가 정해진 미사일 포대 하나에만 정보를 넘기는 한 줄짜리 사슬이라면, 킬웹은 여러 레이더와 지휘소, 타격 수단을 그물처럼 여러 갈래로 엮어 어느 센서가 잡은 표적이든 당장 쏠 수 있는 무기에 바로 닿게 하는 방식이다. 사슬은 한 고리가 끊기면 전체가 멈추지만, 그물은 한 가닥이 끊겨도 다른 길로 정보가 흐른다.
한국 국방부도 2023년 3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3축 체계의 킬체인을 킬웹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군 안에서의 구상이었다. 브런슨 사령관이 말한 킬웹은 여기에 '동맹'이라는 변수가 붙는다. 한국군과 미군이 각자 가진 그물을 하나로 잇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상이 한국의 군사 데이터를 미군 체계와 어느 수준까지 연결할 것인지라는 민감한 질문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브런슨 사령관도 "미국이 그렇듯 대한민국도 지켜야 할 주권적 정보와 데이터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답은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데이터를 틀어쥐는 것이 아니다"며 보안 규칙을 통신망이 아닌 데이터 하나하나에 붙여 '누가 볼 수 있는지'를 표시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군 레이더가 탐지한 미사일 항적이 민감한 출처 정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단시간 안에 연합 화력망으로 전달되게 하자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오늘 태평양에서 가장 큰 작전상 위험은 우리가 데이터를 너무 많이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두 동맹이 똑같은 퍼즐의 서로 보완되는 조각을 따로따로 쥐고 있는 사이, 연합의 이음새라는 부담이 없는 적이 먼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다퉈지는 전자기 환경 중 하나"라며 "우리 적들은 매일 전자 공격을 연습하고 서해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 교란을 하며, 서버와 센서, 네트워크를 눈멀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은 위성이 끊겨도 쓸 수 있는 고주파(HF) 무전 기반의 자동 연결망을 "공격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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