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사이에 둔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국민에게 당분간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리자 일본은 안 와도 좋다는 반응이다. 중국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위챗 공지를 통해 “최근 일본 정치인들이 대만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해 중일 간 인적 교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일본 내 중국인들의 신변 안전과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 여행을 자제하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양국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지난 7일 의회 발언을 계기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다카이치는 미·중 무력 충돌을 상정한 대만 유사시를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본다”면서 일본 개입을 암시했다. 다음 날 주(駐)오사카 중국총영사 쉐젠(薛剣)은 소셜미디어에 “제멋대로 들이밀고 있는, 그 더러운 목을 한순간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면서 강경 대응했다. 지난 10일 다카이치의 발언이 내정 간섭이라며 철회하라는 중국 측 요구에 다카이치는 답하지 않았다. 양국 외교부는 각 주재 대사를 불러 초치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주중 일본 대사를 소환해 다카이치의 발언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고 “발언을 거두지 않으면 모든 결과는 일본이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일본 대사 초치는 지난 2023년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던 때 이후 처음이다. 이어 14일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사무차관은 쉐젠 총영사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주일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
과거 중일전쟁과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으로 갈등하던 중일 양국은 최근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 차단 조치를 해제하면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깨면서 중국이 반발하는 모양새다. 앞서 다카이치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만 고위 관리를 만나는 사진을 게시한 후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가 외교 원칙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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