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과 외국 언론인 등의 미국 체류 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려던 정책이 시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법원에 가로막혔다. 관세와 출생시민권 제한, 연방 정부 예산 동결 등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정책을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밀어붙였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의 데니스 세일러 판사(사진)는 노동조합과 고등교육 관련 단체들이 국토안보부(DHS)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고,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새 비자 규정의 효력 발생을 막았다. 새 규정은 유학생에게 발급되는 F비자와 교환·연수 방문자를 위한 J비자의 미국 체류 기간을 원칙적으로 최대 4년으로 제한하고, 외국 언론인에게 발급되는 I비자는 최대 240일까지만 체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이들 비자 소지자가 학업이나 연구, 취재 등 당초 입국 목적에 맞는 활동을 계속하는 한 별도의 만료일을 정하지 않는 ‘체류 자격 유지 기간’ 제도가 적용됐다. 새 규정이 시행됐다면 정해진 기간을 넘겨 미국에 머무르려는 유학생이나 언론인 등은 미 이민국(USCIS)에 별도로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세일러 판사는 DHS가 기존 제도를 대폭 변경하면서 제시한 근거가 “예외적으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DHS는 국가 안보와 비자 제도 악용 및 사기 방지를 이유로 들었지만, 법원은 행정부가 이 같은 정책 변화가 가져올 피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덜 제한적인 대안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세일러 판사는 기존 제도가 약 50년에 걸쳐 수천만명의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미국의 과학 연구와 경제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새 제도가 시행될 경우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연구 중심 대학을 포함한 미국 고등교육계가 학생 감소와 행정 비용 증가 등으로 수억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앞서 학부 과정조차 평균적으로 4년 이상이 걸리고 박사 과정은 훨씬 길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4년 제한이 학업 중단 위험과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대학들의 우려를 전했다. 이번 결정은 보스턴 연방법원이 내렸지만 해당 규정 자체의 효력 발생을 중단시킨 것이어서 특정 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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