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을 확정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유럽 브랜드와 맞서던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지난 4월부터 반년 가까이 25% 고율 관세를 물고 있는데, 가장 치열한 경쟁자인 일본·유럽 브랜드가 관세라는 모래주머니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달릴 수 있게 된 셈이라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28일 업계미국 정부는 지난 24일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내리는 조정을 확정했다.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지난 16일부터 역시 15%로 낮췄으나 한국은 관세 협상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으면서 25% 관세를 계속 적용받고 있다.한국 자동차 업계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픽업트럭 외의 모든 차량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왔고, 일본과 유럽 업체들은 기본 관세인 2.5%를 물어 왔으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낮은 관세에 기반해 동급의 일본·유럽차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했던 한국 자동차가 더 비싸질 수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의 미국 베스트셀링 모델인 투싼은 최소 판매가가 2만9천200달러(약 4천121만원)로, 경쟁 차종인 독일 폭스바겐 티구안(3만245달러·4천268만원)과 일본 도요타 라브4(2만9천800달러·4천205만원), 혼다 CR-V(3만920달러·4천364만원)보다 1천달러 이상 가격이 낮다. 다만 현대차가 25% 관세를 가격에 반영할 경우 투싼은 3만6천500달러로 뛸 수 있다. 15% 인상을 가정한 티구안(3만4천782달러), 라브4(3만4천270달러), CR-V(3만5천558달러)보다 모두 비싸지며 소비자 선택이 옮겨갈 수 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현대차그룹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는 기본 가격이 4만2천600달러로 비슷한 급의 폭스바겐 ID.4(4만5천95달러)보다 낮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지만 관세 격차가 반영될 경우 5만3천250달러, 5만1천859달러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오는 30일부로 미국에서 최대 7천500달러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 내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에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치열히 경쟁해 왔지만 관세 차별로 타격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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